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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DH-84-untitled 116x91cm mixed media 2023.jpg

Lim Dong Hun

images of the floating world

11월 6일 - 2026년 1월 6일

25 rue de Beaune 파리 7

 

여러분,

침묵의 중심에는, 그보다 더 깊은 침묵의 영역이 존재합니다.

그곳은 사유가 녹아내리고, 시간이 우리가 상상하는 방식으로 더 이상 흐르지 않으며, 아주 오래되었으면서도 동시에 아주 새로운 어떤 것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자리입니다.

저의 회화는 바로 그 세계의 미세한 호흡 속에서 탄생합니다.

저는 눈에 보이는 것을 재현하려 하기보다, 모든 것이 고요해졌을 때 존재가 감지하는 것을 그리고자 합니다. 캔버스는 하나의 문턱이 됩니다. 그것은 가시적인 것과, 오래전부터 그 뒤편에 자리해 온 무엇 사이를 잇는 연약한 통로입니다. 색 하나, 흔적 하나는 단순한 제스처가 아니라, 형태 너머에 숨은 미세한 본질,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에 다가가려는 시도입니다.

그림을 그릴 때면, 제가 이미지에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가 저에게 다가오는 듯한 순간이 있습니다. 마치 침묵 속의 진실이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고자 길을 찾는 것처럼요. 저는 그저 그것을 지켜보는 증인일 뿐입니다. 이때 회화는 의지의 행위가 아니라 경청의 행위가 됩니다. 보이지 않는 것에 귀를 기울이는 방식이 됩니다.

우리 모두는 완전히 알지 못하는 내면의 공간을 지니고 있습니다. 기억과 꿈이 뒤섞이고, 빛이 어둠을 기억하며, 현재가 과거와 대화하는 장소들입니다. 제 작업에 어떤 이유가 있다면, 아마도 그 공간을 잠시 열어, 각자가 그 안에서 자기 자신의 일부 혹은 자신 안에서 숨 쉬는 세계의 한 조각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을 것입니다.

오늘 이 갤러리에서 제 작품이 걸려 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저는 창작이란 결국 타인의 시선과 만나는 순간에 비로소 완성된다는 것을 깊이 느낍니다. 작품의 깊이를 드러내는 것은 여러분의 존재이며, 두 번째 숨결을 불어넣는 것은 여러분의 감수성입니다. 회화는 결코 혼자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타인에게 건너가는 다리입니다.

파리, 수많은 예술적·정신적 탐구가 교차해 온 이 도시의 마그나 갤러리에서 제 작업을 선보이게 된 것은 저에게 큰 감동입니다. 이 공간의 깊이 속에서 작더라도 제 그림 여러분에게 저의 울림이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그것은 곧 무한의 한 조각일 수도, 내면의 빛일수도, 현실의 속삭임일 수도 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곧바로 보이지 않을지도 모를 것에 시선을 열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예술이 영혼과 세계 사이의 만남의 장소가 되는 이 순간을 함께 나누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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